블로그에 후기 쓰러 들어오다가, 인기글에 16년도 빛콘 후기가 있어서 눌러봤다.
생각보다, 지금 다시 읽어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말들을 내가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비록 그 해 연말콘은 없었기 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카메라 들고 설치고 다니는 거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오늘도 콘서트장으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기다리다가 정신없이 나갔다.
비오는 날 짐이 많으면 상당히 거슬리기도 하고, 이번 콘서트는 상당히 조용한 분위기라 사진도 얼마 못찍을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가야 하나 놓고 가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들고 갔다. 어차피 포토타임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고민을 하느라 야광봉을 두고 갔다ㅡㅡ;
몇번을 가도 콘서트장 가는데 설레고 정신없는건 변하지 않는 것 같다(핑계)
지하철에서 내려서 걸어가는길이 너무 습하고 더웠다...
그래도 출발할 때 만큼 비가 안오는 것에 감사하며
내 정수리에서 나는 비를 맞으며 콘서트장으로 갔다....
다행히(?) 콘서트장은 첫날과 같이 냉동고라 땀은 빨리 식었고,
들어가기 전에 로비콘 하러 오신 윤민님께 야광봉을 빌려서 야광봉과 함께 입장할 수 있었다 ㅎㅎ
1일차 후기에도 적었듯이, 과연 오늘은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정작 오늘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생각 못하고 그냥 앉아서 봤다.
대신 그래도 공연의 세세한 부분들이 더 느껴지는 것 같고, 1일차와는 또 다른 점들이 있으니
그런 재미도 있구나 싶었다.
확실히 오늘은 첫날보다 긴장도 덜 했는지 처음부터 목상태도 좋았던 것 같고,
후기를 열심히 읽어보셨다며 첼로 소리를 키우셨다고 했다.
여전히 잘 들리는건 아니지만 그건 너무 윤하 목소리에 집중해서라고 생각하고,
밴드에서도 베이스가 잘 안들리는거 생각하면, 그래도 좀더 풍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C열 중앙이라는 자리.
첫날은 F열이였는데, 이때는 딱 윤하 눈높이 정도의 위치에서 편안하게 음악과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윤하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잘보이는 자리여서 좋았던 것 같다.(얼빠아님)
평소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노래방을 자주 가는 편인데
내가 부르는 노래는 내가들어도 감정이 없어서...
사실 요즘 새로 알게된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나는 말에 감정이 하나도 없다는 거여서
그런면에서 더 윤하의 말 하나하나와 표정, 감정에 집중해서 보지 않았나 싶다.
중간중간에, 인상깊어서 후기에 써야지 했던 것들이 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기억나는 것 한가지는, 참 윤하가 성숙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 것이다.
아마 미사기 끝나고 sunflower 전이였을 텐데, 대충 살다보면 원치 않은 이별도 참 많고
그래서 아쉬움도 참 많은데 그러다보니 있을 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였다.
이 어리석고 모자란 나는 사실 얼마전에 가슴아픈 일을 겪고
내가 아무리 잘해줘봐야 다 소용없고, 나만 힘들고 나만 아플 뿐이라
다시는 남에게 그렇게 마음주지 않고, 그저 그렇게 내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어제 밤에 'A Star Is Born'을 보고 잤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잭슨의 형인 바비와 앨리의 대화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It isn't your fault. It just isn't. You know who's fault it was? Jack. That's it. No one else."
물론 언제나 남탓만을 할 수는 없다. 분명 내가 잘못했을때도 있을 수 있고, 나의 잘못이 있을수도 있다.
다만, 특히 인간관계에서, 모든 것을 나의 탓이라 생각하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지개 저편의 가사처럼,
"다정했던 너와의 기억이 나를 만들어가고
언젠가는 다른 누구에 전할거야
세상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빛으로 가득하다
그걸 알려준 너에게 참 고마워"
지나간 인연에 배우고, 새로운 인연에 더 잘하면 되는거다...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된 것 같다.
뭐 이런저런 이유로 봄있, 미사기도 그렇고 sunflower, 무지개 저편 모두 울컥울컥하며 들었다.
또 얼마전에 친구랑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우울이라는게 내재되어있는걸까.."하며 털어놓았던 이야기들도 생각나고
그런 시기들을 잘 견뎌내고 이렇게 밝게(?) 노래해주시는 윤하님께 너무 존경스럽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저는 Himawari도 참 좋아하는데요 다음엔 이 해바라기도 불러주세요 윤님...ㅋㅋㅋ
나는 글도 참 못쓰고 말도 참 못한다.
내 안의 감정을 끄집어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부끄러워서, 들키고 싶지 않은데 또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다 보니
점점 감정이 메말라 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윤하가 이번 콘서트, 특히 혼자 하는 부분이 끝나고 나서
자신 혼자서, 자신의 목소리로 무대를 모두 채우려 하니 알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하는 해냈고, 잘 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용기를 내서 좀 더 나에게 마주할 수 있고, 내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나의 부족함에 대한 고찰, 그리고 속으로 하는 다짐.
이런 쓸쓸하고도 아련한 감정을 가지고 있자니, 오늘은 Rainy Night 엔딩이 참 알맞게 느껴졌다.
과연 다음 주 공연에서는, 또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배워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항상,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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